고해

홈 > 시 사랑 > 나도 시인
나도 시인


아직 등단하지 않았지만 시에 관심과 조예가 있는 분들의 자기 작품을 소개합니다.
등단시인은 시인약력에 본인 프로필을 등록하신 후 회원등급 조정을 요청하시면 <시인의 시>에 작품을 올릴 수 있습니다.

고해

진범 0 804
고해


신부님,
눈 오는 엊그제 저는 한 명의 남자를 만났습니다
시끄러운 술잔을 넘어 환하게 걸어오는 그이의 미소는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너무나 마음에 들어 이런 느낌이 처음이라는 새빨간 거짓말을 해댔습니다
그와는 빨간 칵테일을 마셨습니다, 흰 눈이 내리는 밖을 보았습니다
그러다 밤이 늦어 헤어지려고 했습니다
그 남자는 웃으며 저를 보냈습니다
저 역시 헤어졌었지만, 오 분만에 다시 그를 불렀습니다
새빨간 미소를 지으며 그의 추위로 빨게진 귀를 잡았습니다
첫 번째 만남엔 제 빨간 입술을 내어 줄 수는 없으니까요

신부님,
어젯밤에도 흰 미소의 그 남자를 만났습니다
그와는 새빨간 육회를 먹었습니다
이런 기분이 처음이라는 이야기에 새빨간 육회, 한 점은 세치 혀를 놀려대었고
그 남자는 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제 시뻘개진 귀에다 속삭였습니다
아아, 저는 그와 사랑을 했습니다
붉은 간판을 한 붉은 지붕으로 팔짱을 끼고 들어갔습니다
그 방 안마저도 새빨개서 모든 거짓이 거짓이 아닌 것만 같았습니다
이 사랑마저 빨갛게 물들었습니다

아아, 신부님,
이 빨간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 아닌 것만 같아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어서 산타 같은 이 빨간 옷을 벗어 버리고 싶습니다
이 어린 마음을 버리고 싶습니다
전 언제쯤 화장하지 않은 수수한 얼굴로 성숙할 수 있을까요
언제쯤 크리스마스가 진정한 사랑을 확인해 주는 날이 될까요



김영수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