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나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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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나라여

차영섭 0 865
침묵의 나라여 /손계 차영섭

태극 더불어 우주에는 침묵하는 곳이 있고
심연 더불어 바다에는 침묵하는 곳이 있으며
산골 더불어 대지에는 침묵하는 곳이 있네
아, 사람의 마음 한가운데에는 침묵하는 곳 있으니
어찌 잊으리오! 평화의 그곳을,

침묵은 병아리 부화 전의 노른자위요
나비 탈피 전의 번데기이며
꽃 피기 전의 꽃망울이고
밤 가로등 비추는 마음의 등불이니
어찌 잊으리오! 고요의 그곳을,

천지 창조 이브 같은 고요함이여!
그대는 성령님의 말씀이로다
눈이 침묵 속에 내려오고
꽃이 침묵 속에 피어나듯이,
오, 나의 노스탤지어여!

바위에 새겨놓은 형상처럼,
풀잎을 스치는 바람처럼,
산정을 어루만지는 구름처럼,
순결한 영혼의 나라가 있네
어머니의 따스한 손결이 있네

바다 위에 파도는
그 아래 침묵에서 깨어나고
구름 위에 폭풍은
그 가운데 침묵에서 깨어나듯
만물은 어머니의 침묵에서 탄생하네

오, 침묵은 어둠 속에 빛 같이
얼음 속에 곤충 같이
사막 속에 뿌리 같이
죽지 아니하고 조건이 맞으면 탄생하네
無에서 有로 여행 오듯이,

별님 같이 반짝이며 빛나고
열매 같이 달콤하고 아름답기 위해
봄이 따스하고
여름이 펄펄 끓으며
가을이 결심하여 겨울이 반성하네

이곳과 분리된 시간과 장소에서
거룩한 모습을 느껴보리라
고요의 귀로 듣고
고요의 눈으로 보며
고요의 입으로 말하며,

눈짓 하나로 사랑을 전하고
미소 하나로 내 마음을 표하며
하늘처럼 평화롭고
산골처럼 고요하며
바다처럼 넓게 거룩한 나라로 가고 싶네

경계가 없고 차별도 없는 침묵은
말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다운 사람의 마음이 하는 참다운 말이라네
거기엔 청춘도 늙음도 없고
오로지 씨앗 같은 푸른 침묵의 평화만이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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