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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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날개

청춘 0 951
돌의 날개


류인채



남한강 물속에서 주워 온 돌 하나를 손바닥에 올려놓았습니다
남한강이 돌처럼 둥글게 돌아나갑니다
얽히고설킨 물의 살이 돌 속을 굴러갑니다

어린 날 강가에 서면 습관처럼 물수제비를 뜨곤 했습니다
지느러미처럼 돋아나던 돌의 날개들
암벽에 살고 있던 내용 모를 벽화들이 물의 접면에 배를 대고
날아가는 소리 들렸습니다

새의 조상은 어디에 날개를 묻었을까요
묶인 날개들이 풀리는 순간
어떤 힘이 돌을 날게 한 것일까요

돌들의 나이가 궁금했습니다
그러니까 물수제비는
그 유선형의 시간을 수평선 너머로 던져보는 일

날아가는 돌의 발소리에 물새들이 날개를 파닥입니다
부메랑처럼
머지않아 추락할 날개를 달고
돌은 힘껏 날아갑니다

지금은 돌팔매를 견뎌야 하는 시간
짐승의 부리를 꺼내
바람보다 앞서 날아야 할 시간


―『소리의 거처』(황금알 시인선95, 201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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