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리꽃 지게
싸리꽃 지게
류인채
오월이면 아버지는 내 키보다 큰 싸리나무를 지고 산
에서 내려오셨다
보랏빛 꽃들이 누워 산등성이 한쪽을 쓸며 언덕을 내
려왔다
막 비질한 하늘로 꿩꿩 장끼가 날아올랐다
무지갯빛 꿩의 깃털이 바작에 사뿐 내려앉았다
문득 청보라 빛 하늘이 열리고
아버지의 등 뒤로 햇살이 부챗살처럼 퍼져나갔다
아버지는 매일 하나님을 지고 오셨다
―『소리의 거처』(황금알 시인선95, 2014)에서
류인채
오월이면 아버지는 내 키보다 큰 싸리나무를 지고 산
에서 내려오셨다
보랏빛 꽃들이 누워 산등성이 한쪽을 쓸며 언덕을 내
려왔다
막 비질한 하늘로 꿩꿩 장끼가 날아올랐다
무지갯빛 꿩의 깃털이 바작에 사뿐 내려앉았다
문득 청보라 빛 하늘이 열리고
아버지의 등 뒤로 햇살이 부챗살처럼 퍼져나갔다
아버지는 매일 하나님을 지고 오셨다
―『소리의 거처』(황금알 시인선95, 201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