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따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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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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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따대고

청춘 0 1111
어따대고

 

류인채




  국물을 막 뜨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웬 여자가 신용
카드 대금 구백팔십만 원이 연체됐다고 속히 갚으라 한
단다

  카드도 없는디 뭔 소리여?
  너 조선족 맞지?
  어따대고 장난쳐!

  전화가 뚝 끊겼다

  요즘 이런 것들 많어 전화하는 놈에 계좌번호 알아내
는 놈에 돈 찾아가는 놈은 또 따로 있대 웬 놈과 배 맞아
사기 친 올케년 땜에 나 서른세 평 아파트도 하루아침에
날린 년여 그뿐 아녀 내 레스토랑 보증금이랑 통장에 든
십 원짜리까지 죄다 뺏겼어 그년이 어느 날 카드 좀 빌
려 달래드니 있는 대로 긁어 쓰고 내뺐잖여 나 육 년이
나 세빠지게 고생했어 그것 땜에 신용불량자 돼서 풀린
게 작년인디 보증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디 뭣
여? 어따대고 수작여! 내가 말여 남편 죽고 이 밥장사로
삼 남매 대학까정 보냈어 그년이 두고 간 조카 새끼 둘
까지 키우며 그년 카드빚도 죄다 갚은 년인디 말여 어따
대고 또 카드 연체래 응, 어따대고!

  늦은 점심상 앞에서 해장국집 여자는 코를 휭 풀더니
오이소박이를 한 접시 더 내온다


―『소리의 거처』(황금알 시인선95, 201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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