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시 사랑 > 나도 시인
나도 시인


아직 등단하지 않았지만 시에 관심과 조예가 있는 분들의 자기 작품을 소개합니다.
등단시인은 시인약력에 본인 프로필을 등록하신 후 회원등급 조정을 요청하시면 <시인의 시>에 작품을 올릴 수 있습니다.

청춘 0 818


 

류인채


 

아버지, 기저귀 채워 드릴 게요
기저귀 차는 거 싫다
아버지를 부축하여 플라스틱 의자에 앉힌다
뒤를 씻기려고
뼈만 남은 몸을 만진다
내 눈을 외면하는 아버지
앙상한 몸을 부둥켜안고
괜찮아요 아버지
나 아기 때 아버지가 씻겨주셨잖아요
항문을 더듬으니 암의 뿌리가 만져진다
굳게 닫힌 몸의 문
빠져나오지 못한 고통이 묵직하다
몸의 곡선은 사라진 지 오래,
조심조심 없는 항문을 거쳐
바람 빠진 아랫도리를 씻긴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진땀이 흐른다
눈을 감고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민망함에
새 옷을 갈아입힌다
침대에 모로 누워
배설하지 못한 수많은 시간을 고스란히 껴안고
아버지는 먼 길 가시고
그 몸을 기억하는 손만 남았다


―《학산문학》2014년 겨울호에서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