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전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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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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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전선도

월하묘 0 920
아직도 전선에서 펜과 총을
들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사실은
내가 계속 살아야한다고 나를 밀고 있다
전선 사령부는 초토화된
서울시 지하철 노선도를 따라
나를 옭아매 온다

어지럽게 교차하는 노선들과
기하학적으로 폭발하는 환승 정거장
그 사이에서
나는 변두리의 사정을 신경 쓸 새 없이
탄두에 직격당한 내 사무실을
수습 해야만 한다

전기 끊긴 지하철 역사에서
아직 움직이는 끈질긴
한 폐 열차를 타고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바깥의 공기를 그리며
엉망 진창인 내 사무실로 돌아온다

아직 거기는 아수라장일진대
통조림과 물통도 충분하고
탄환과 수류탄도 버틸만 하다
다만 지겨움만은 거기에서
빠져 나갈 생각을 도무지 하지 않아
나는 또 하나의 참호를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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