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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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솔새김남식 0 1092
그해 여름 솔새김남식


벌써 두 달째 비가 내리지를 않는다
가뭄으로 농사가 걱정이라는 아버지의 잔소리가
귀가 따갑게 들려왔다
천수답 논에 호미 모를 한다고 아침부터 부산스럽다
아프다는 핑계로 누워 있기에 미안하여
좀 힘이 들어도 식구들을 따라 나섰다

마른 땅을 호미로 파서 볏 모를 일일이 심어야 하는
와가리 골 논은 거북등처럼 갈라져 있다
비가 왜 오지 않는지 그저 야속할 뿐이다
아픈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진대
내가 힘들어하는 줄도 모르고
식구들은 정신없이 일 만하고 있었다
땀이 비 오듯 얼굴 위로 쏟아져 내리는
초여름의 햇볕은 정말 따가웠다

다음 날은 좀 누워 있으려 했더니
아버지의 고함에 겁이 나서 다시 일어났다
마침 병원에 가려고 옷을 입고 있는데
‘네가 벌어 온 돈이야. 병원에 가지 마’
그 말에 눈물이 핑 돈다
그냥 하시는 소리겠지 하면서도 서운하였다

그리고 며칠 후
아침부터 여름비가 내리고 있었다
호미모 한 게 죽어서 새로 심어야 한다며
‘내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모두 굶어 죽어’
불화 같은 아버지의 역정에
잠시 누워 있다가 또 얼른 일어났다
비가 오니까 그냥 집에 있으라고 한다

농작물이 메말라 가는 것을 보면서
사람의 힘으로는 어쩌지도 못하는 것을
아버지는 식구들을 들들 볶는다
모두 논에 나가고 비 내리는 밖을 보다가
뒷 마당에 흩어진 나무 조각으로
토기 집을 만들었다
무럭무럭 자라면 읍내장에 팔아야지

희미한 등잔불에 비친 내 모습은
피골이 상접한 얼굴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은 가냘픈 몸
힘들게 살아가는 것도 내 인생이려니
내가 지고 갈 삶이었다
그해 여름은 그렇게 한 줄기 장맛비가
내리고서야 무사히 지나갔다

主 ; --- > 윗글은 1964년 그때그시절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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