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전(螺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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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螺鈿)

백사와먹뱀 0 889
나전(螺鈿)

아스팔트 갓길이 나전칠기 되어있었죠
자갯빛 날개를 접히지 않게 벗어두고
나비들이 검은 도로 위에
미동없이 누워서.

마지막 순간, 저항도 없었던 듯
어찌나 곱게 누워있던 지요
방금 전, 패랭이 꽃밭 위에서
한미한 팔다리로 제천의식 벌이며
버겁도록 춤을 추던
그 녀석들이.

춤추다 휘날리다 노닐다 휘몰리다,

꼬리도 없는 게 어찌나 친근하게
다가오던 지요
한적한 시골길이게 보는 눈 없어
바보웃음 지어 화답했던
그 표정을 껴안고
누워 있었죠.

팔다리에 힘도 없는 것들이
목숨보다 날개가 더 무거웠나
앉기 보단 날기가 더 편하다며
슬픔과 기쁨마저 목숨보다 더 소중하다며

춤추다 휘날리다 노닐다 휘몰리다가......

꽃밭 벗어나
누워 있었죠

군무 추던 모습 그대로
검은 도로 위에 무더기로
나전칠기 도로 수놓으며

무더기로
꽃밭처럼
누워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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