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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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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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를 하고

월하묘 0 840
저는 항상 단체
3km 뜀걸음이나 무장구보에서
흐느적대는 준마의 꼬리털마냥
만날 뒤지고 처졌었습니다
그러면 교관님께서는
밤송이나 나뭇가지, 조약돌 따위를
굳어버린 제 우둔한 머리나 다리 등에
아주 빠른 속도로 안겨주셨습니다
얼마나 빠르게 살아가야
한 사람의 몫을 하고
얼마나 자신을 담금질 해야
피로가 제 삶에 작별을 고할까요
교차로가 흔들거리고, 또
위병소와 전투복이 추억으로만 일렁이는데
고속철도가 석양을 난반사하고
다시 허공이 석양을 흡수하면서
신호등은 교차로와 함께 춤추는
조용히, 아무말 없이 크게
저는 눈물과 함께 저녁을 들이 마십니다
수통의 미지근한 물을 마실때 처럼
이 세상 끝까지 벋은 금색 오후를
저는 끊임없이 들이키고 죄다
개어 내 버리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더 깜깜해지면
저는 숨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 어둠은 관측 가능한 세계에서
존재하지 않기에 저는
다시 낮게 포복하고 싸워야 합니다
전쟁도 훈련도 끝나지 않는 이 세계는
참으로도 살아갈 만한 기쁜 동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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