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시 경에 산책을 하면서
아스팔트는 하늘에서 흐르는 비에 젖어가고, 매캐한 먼지 냄새만 진동한다. 아무리 값을 좋게 쳐 줘봐야 179원. 싸구려 티백 같은 우리는, 우리의 영혼은 우리가 허리를 빠져나가 새어 나가고 있는지도 잘 몰랐지. 나는 인간이 좋다고 거짓말을 아무리 해 봐야, 세계의 구조와는 하나도 닮지 않았다. 그런 말들, 나는 밧톨로게오를 하수구에 빠져나가는 빗물처럼 영혼과 함께 흘려보냈다. 영종도 밤 바다 빛깔만큼-아, 난 영종도를 본 적이 없다-하늘도 깜깜해지는 이 순간에도, 명성은 커피잔처럼 웃고 있으니까, 나는 여기만큼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는 곳을 찾을 수가 없다. 여기만큼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는 곳은 또 어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