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 아재와의 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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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 아재와의 담소

오타 0 1029
세상의 밑바닥들과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 소리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내가 밑바닥이었을 때 소리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을 찾아 말을 걸면 안된다. 왜냐하면 일부러 상대방을 밑바닥으로 보는 우를 범하는 것이니까말이다. 이 경우 내 안목이 정확하다면 더 실례이다. 그래서 밑바닥이 아니면서 밑바닥인 사람들을 찾아내는 오묘한 안목이 필요했다. 연습을 해야했기에 사물부터 시작했다.
 
 사물은 자존심이 없다. 따라서 솔직하다. 지킬 것이 없기 때문에, 존재만 한다. 그래서 사물 중 밑바닥은 가장 매력있다. 행주가 아닌 걸레, 버려진 우산, 튕겨버린 담배꽁초 등. 그래서 이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 시는 그 중 하나이다. 집 구석탱이에서 걸레 아재를 만났다. 그는 할 말이 은근히 많았다. 그리고 그의 말들은 비관적이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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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 아재와의 담소

 
애늙은 천 조각과
악수를 청했다.
 
문질문질
‘너는 마룻바닥에 기회를 묻혀 본 적이 있느냐.
오장육부를 비틀어도
용서하고
또 한 번 내 땅을 침범하라 닦은 적 있느냐.’
 
고집불통인 듯 했으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어르신 목욕물 뎁혀놨습니다.
 
쓱싹쓱싹
‘아아 그래 오늘 때 한 번 벗겨야지
같이 가련 젊은이도,’
그는 구정물을 양수 삼았고
먼지 속에서 첫울음을 터트렸다.
 
첨벙첨벙
‘삶아 삶아 고이 삶아
들어오구려, 젊은이도 목욕하구려,
물 온도가 딱 맘에 드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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