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실된 우산의 호소(呼訴)

홈 > 시 사랑 > 나도 시인
나도 시인


아직 등단하지 않았지만 시에 관심과 조예가 있는 분들의 자기 작품을 소개합니다.
등단시인은 시인약력에 본인 프로필을 등록하신 후 회원등급 조정을 요청하시면 <시인의 시>에 작품을 올릴 수 있습니다.

분실된 우산의 호소(呼訴)

오타 0 920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묵묵히 내 손 잡고 날
지탱해주셨죠, 당신은.
 
비가 그쳤어요, 더 이상
그 검은 왕관 젖을 일은 없어요.
참으로 다행입니다.
 
당신 돌아온다고 여전히 희망하는 나, 고깝네요.
당신 한 가득 실은 그 열차가 막차였거든요.
 
일회용 운명임을 알았어요. 그럼에도
당신 집 안쪽, 하얗게 칠한 철문 옆에 꽂혀
당신 마중하며 녹슬어보곤 싶었네요.
 
끝까지 들고 다니기엔 부끄러웠나요.
내 분홍빛 보고 떠올랐던, 대학 보낸 딸아이가
마침 텅 빈 기차역 벤치에까지 침범했나요.
 
당신 대신 젖기 위해
내 겨드랑이 벌렸지요.
오죽했겠어요.
 
밤비 이슬 돼 고여
달빛 가득 담은 채
새벽 기다릴 무렵
 
분실하지 마요, 그대.
그래도 그대는
비 맞으면
아니 되어요.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