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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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선서

차영섭 0 1072
노인 선서 /손계 차영섭




노년은 논문으로 치면 결론 부분이다

연극으로 말하자면 마지막 장이고

택배로 치면 주인에게 물품을 건네주는 순간이다

여기까지 온 것을 축복으로 받아들인다




억울하다 안 할 거야

유년기를 봄 같이, 청년기를 여름처럼,

중년기를 가을로 보내고 이젠 겨울의 초입,

한 바퀴 완주 했으니까




불안하다 안 할 거야

나무 열매가 익어서 떨어지는 건 당연,

의심하고 화내며 고집 부리지 않고

우울 초조 없앨 거야




외롭다고 안 할 거야

혼자 와서 둘이 살다 혼자 산다 해도

이건 자연의 순리인 걸,

당연한 마음으로 당당하게 살을 거야




젊음에 비하면 여기까지도 축복인 걸,

앞으로 노년을 스스로 방어하고,

나의 권리를 찾으며 떳떳하게 어디에도

종속되지 않고 나의 영역을 지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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