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소문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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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소문을 타고

정재익 0 271
비밀은 소문을 타고

             
                    정재익



어젯밤을 훔친 태양이
잘려진 하루를 걷다가
건초더미 사이 머리를 내민
장지뱀의 정수리를 내리 쬐면
도마 위를 요란하게 뛰어다니는
칼에 잘려진 무성한 소문들이 쓰러지고
검은 머리 풀어헤친 굴뚝 너머
서녘으로 해가 기울면
훔친 밤을 다시 내놓는다

해를 따라 사는 온갖 새들이
어둠을 피해 둥지로 돌아가고
밤을 쫓는 새들 틈에 낀 박쥐는
마치 새인양 날개를 펄럭이며 떠돌고
어미를 기다리는 둥지 속 올빼미새끼는
허기진 목구멍으로 울음을 토해낸다

더럽게 재수 없는 녀석은
밤마실 떠돌다 부엉이에 잡힌 생원이다
새벽닭이 울기 전까지 일어난 일들에 대해
비밀을 지켜달라는 부탁은
달이 지켜보았음을 잊었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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