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소문을 타고
비밀은 소문을 타고
정재익
어젯밤을 훔친 태양이
잘려진 하루를 걷다가
건초더미 사이 머리를 내민
장지뱀의 정수리를 내리 쬐면
도마 위를 요란하게 뛰어다니는
칼에 잘려진 무성한 소문들이 쓰러지고
검은 머리 풀어헤친 굴뚝 너머
서녘으로 해가 기울면
훔친 밤을 다시 내놓는다
해를 따라 사는 온갖 새들이
어둠을 피해 둥지로 돌아가고
밤을 쫓는 새들 틈에 낀 박쥐는
마치 새인양 날개를 펄럭이며 떠돌고
어미를 기다리는 둥지 속 올빼미새끼는
허기진 목구멍으로 울음을 토해낸다
더럽게 재수 없는 녀석은
밤마실 떠돌다 부엉이에 잡힌 생원이다
새벽닭이 울기 전까지 일어난 일들에 대해
비밀을 지켜달라는 부탁은
달이 지켜보았음을 잊었기 때문이란다
정재익
어젯밤을 훔친 태양이
잘려진 하루를 걷다가
건초더미 사이 머리를 내민
장지뱀의 정수리를 내리 쬐면
도마 위를 요란하게 뛰어다니는
칼에 잘려진 무성한 소문들이 쓰러지고
검은 머리 풀어헤친 굴뚝 너머
서녘으로 해가 기울면
훔친 밤을 다시 내놓는다
해를 따라 사는 온갖 새들이
어둠을 피해 둥지로 돌아가고
밤을 쫓는 새들 틈에 낀 박쥐는
마치 새인양 날개를 펄럭이며 떠돌고
어미를 기다리는 둥지 속 올빼미새끼는
허기진 목구멍으로 울음을 토해낸다
더럽게 재수 없는 녀석은
밤마실 떠돌다 부엉이에 잡힌 생원이다
새벽닭이 울기 전까지 일어난 일들에 대해
비밀을 지켜달라는 부탁은
달이 지켜보았음을 잊었기 때문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