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흐르는 江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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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흐르는 江속으로

김재훈 0 419
Meditation , 살아 흐르는 江속으로
 
때가 되면 알
수 있을까
오래된 흔적 안고 마주하는
긴 江의 말없는 흐름을
때묻은 영혼이 느
낄 수 있을까
 
가슴이 아파도 벌거벗을 수 있고
눈빛이 흐려도 속속 엿볼 수 있는
그런 끔찍한 만남 뒤에
나는
다시 백지가 된다.
울음도, 아픔도, 별들도, 어둠도
모두 백지가 된다.

피었다 지는 어둠 속의 울음을
왜 듣지 못하는가
마음 깊숙한 곳에서 쏟아지는 간절함으로 달려온 아픔을
왜 울지 못하는가
그리운 곳에서 기다리는 어둠을
왜 헤치지 않는가
 
열리지 않는 나를 꾸짖어도
말은 멀리 있고
눈망울은 가까운 데를 겉돈다.
마음 가장 가파른 절벽에 흔들려도
벅찬 숨결의 박자는 일정하고
믿을 수 없음에도 쏜 화살은 멈춰있다.
 
얼음보다 차가워진 진리로
나를 녹여다오
회초리보다 더 날카로운 논리로
늙은 피들을 찔러다오
태양보다 더 낯뜨거운 정열로
추억 속의 내 사랑을 태워다오
 
헛먹은 나이 속에 부풀어 있는
모순된 세월은 아무도 붙잡지 않는다.
물이 흐르는 곳에
눈물이 있고 피가 잇다.
그림자가 있다.
그리고 죽음도 있다.
(충격적인 그 죽음도 내것이 아니기에 물은 멈추지 않는다.)
하나의 소용돌이 속으로
잠들어 있는 모든 것이 흔들리고
잠들지 못한 어떤 것들도 떠돌고 있다.
때가 되면 나도
그 속을 흐르리라.
별의별 하수구를 지나
긴 江속에 녹아지리라.
그리고
언젠가처럼 또 백지가 되겠지.
 
사납게 출렁여도
江은
언제나
그렇게 살아 흘러가는데.


1995.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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