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노래 이십 오륙 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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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노래 이십 오륙 년 동안

김재훈 0 464
내 노래 이십 오륙 년 동안


1.
슬픔이 눈물을 유혹하듯
내 노래 이십오륙년 동안
한 이름만을 불러댄다
엄마아로부터
기억되던 소리는 잊은지 오래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늙어가는 동안
도덕책 속의 효자는
이제 오래 머물지 않는다
한이 한스러우면서도
풀리지 않고
삶이 소중했던 것만큼
견딜 수 없는
자식 농사의 한 고비고비
 
오늘도 어머니
당신은 골목길에 앉아 계신다
혹 정성이 모자랐나 기도의 문을 두드리지만
새벽녘 베겟머리에는 슬픔으로 젖어 있다.
 
쉰의 나이
이제는 쉴때도 됐다며
허리는 자꾸 간섭하지만
그래도 어린
자식 새끼의 장례는 막막하다
 
감출 수만 있다면야
세월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겠지만
숨길 수만 있다면야
한숨을 미소 속에 묻어버리겠지만
그게 어디 맘 같이 쉬운 일일까
 
2.
가슴으로 눈물을 달래듯
오래전 내 노래들은
당신께 하나의 힘이었다.
어디서 잃었는지 모를 그 가락을
다시 부르는 이유를
나는 알지 못한다.
아마 최초의 내가
어둠을 헤칠 수 있었던
그런 희열이
그런 공포가
핏줄을 당겼는지는
나는 알지 못한다.
내 노래 이십 오륙 년 동안
엄마는 한 번도 귀 기울이신 적 없다고
느껴지던 섭섭한 순간에도
진실만을 듣는
가슴을 벌써 열고 계셨을 것이리라
 
닫힌 가슴만을 안고
부르다 지친 내노래는
이제 시절만을 탓하지 못한다.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들의 짐이 무거워
허리도 못 피고 든 잠
어머니 당신 곁에 제가 있습니다.
 
부르기만 하면 달려오시던 꿈처럼
부르지 않으셔도 나를 부르는 당신께
뛰어가 안기리라고
젖먹던 시절이 그리운
옛노래들은 다시 목울대를 울리라.
아마도 무덤가에서는
도저히 부를 수 없는
또 그래서 영원히 들릴 수 없는
가슴에만 묻어 온 내 노래들을
나는 부르고 있다. 끝내 멈출 수 없는 그 노래를
‘ 95. 3. 6. /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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