哀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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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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哀愁

김재훈 0 349
哀愁
 
밤하늘 안녕하며 별이 찾아온다
별이 온다
고향에 대한 서글픈 인사를 하며 찾아온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그 별은 어머니의 품을 막 떠난 것 같다
기댈 만큼 하늘은 넓지도 포근하지도 않았다
거친 파도의 숨결 땅의 고약한 냄새
처음으로 만났던 주위는 온통 어둠이었다
아니 비어 있는 것 같은 촘촘함
 
밤마다 나는 새로운 곳을 찾는다
빙판위를 미끄러지지 않으려는 오른발에는 신발이 없다
그래도 나는 걸을 수 있었다
하늘이란 얼마나 낮고도 부드러운 곳인가
깃털 같은 영혼과 노래는 벌써 어둠에 사로잡혔다
그렇다
과거를 털어버렸을 때의 날개짓은 언제나 가벼웠다
자정은 멀지도 짧지도 않았다
 
어쩌면 별은 시간만 바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계절따라 갈아입는 옷이 낮설은 문득
신천옹의 그림자를 보았다
숨소리만 요란한 봉조의 하늘로 사라진 오랜 후에야
별은 습관처럼 수금의 줄을 튕긴다
잊힌다는 것은 외롭고
잊는다는 것이 괴로운 사연임을
스스로에게 가르치며 잠이 든다
 
하늘은 비어있었다
제 갈 곳을 모르는 밤고양이의 굶주린 눈빛이
해도 삼키고 달도 삼켜 버렸다
날카로운 비명
설익은 여체
싫었다
쳐녀지가 아닌 곳엔 열등감이 넘쳐흘렀다
자유라는 별명은 언제나 거짓이었다
 
추억만을 먹고 사는 녹슨 흙이 있는가 하면
희망만을 꿈꾸는 어린 강이 있었다
그저 그것뿐이었다
둘이 만나면 하나는 눕고 다른 하나는 사납게 품었다
바다로 나간 모래는 돌아오지 않았고
헌 바위틈의 물은 항상 새로웠다
별은 그 맛을 모른다
그렇게 시간은 별을 길들이고 있었다
 
산을 넘어 달릴수록 멀어지는 별
가늘한 내 두 눈을 내리치는 햇빛
기적은 없었다
천사는 그 새벽을 끝으로 내게서 떠나갔다
하룻밤의 동행으로 밤 하늘은 별을 잃고
또다시 나는 별을 유혹하는 휘파람을 분다

-9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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