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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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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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촌동

조파머 0 222
이촌동

이촌동에 왔다
목적지는 아니고 충동적이다
옛 우동집이 생각나서
맛이야 거기서 거기겠지만
추억이란 게 있지 않겠나
도시의 말끔하고 샤이한 손님들 사이에서 빠박머리
나이는 대략 가늠하기 어려운 그가 바로 나

군대 졸업하면서 장사가 몹시도 하고 싶었다
말년 휴가 때 친한 친구 몇을 꼬드겨 어버이날 꽃 장사를 했지
기도 중에 '이'자로 시작하는 전철역에서 장사 할 것이라는 신탁이 있어서
이대 역 앞에 자리 잡았는데
검은 조끼 입은 아저씨 세 명에게 쫓겨나고
다시 자리 잡은 곳이 바로 이촌역
다 팔고 나누고 남은 돈은 2만원
같이 장사했던 친구들은 다들 외국
나가있고 나는 시골 내려가고

어설픈 장사치를 품어준 이촌역에, 그 외 잡다한 추억에 입을 맞춘다
튀김우동과 유부초밥에 만원
가성비 좋은 추억을 소비하고 나는 목적지로 흘러간다
이촌동 뒷골목에 그려진 나의 자취도 곧 흐릿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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