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든 기억이 10살로 돌아가면

 

 

내가 공들여 배웠던 영어가 싹 잊혀질거야




할머니의 마당에 들어설 거야

싸리비질을 하고 있는 할머니에게

삶은 계란 하나를 얻어먹고

 

태평동 동네 한바퀴를 흰자처럼

동글게 돌아다닐거야

깨복쟁이 친구들의 이름을 불러가며

​

강변으로 나아갈거야

강둑풀이 나를 보고 일어서며

너, 이제 왔냐?

강이 반짝반짝 거울 신호를 보낼거야

언젠가 다시 올 줄 알았어!



 

난 꿈에도 못 잊던 고향땅을 밟으며

행복하겠지

​

문득

희미하게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

엄마 나 기억나?

그 소리를 따라 처녀 적 울 엄마를 만나러 가는데

엄마 우리를 기억할 수 있어?

누군가 희미하게 말을 걸겠지





갑자기 내 고향에 비가 오는 기분이 들거야

그런 날은 따듯한 아랫목에 배를 깔고

노오란 고구마살을 먹으며

아버지의 고봉밥을 건드리지

않으려 하겠지




아빠! 메아리 들으러 가요

아빠 손을 잡고 시오리 길을 걸어가다

메아리 바위 앞에서

​

 '아빠'

 '아빠'

 

부르는데

 


 

 '엄마'

 '엄마'

 

이상한 소리가 들릴거야

 

엄마 우리를 기억하냐고?

 

 

​

* 눈이 부시게 라는 드라마를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