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봄날의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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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봄날의 너

우성두 0 265
스물 셋의 늦봄

첫 사회생활의 고단함에

지쳐 가고 있던 난,

호수 옆 신작로를 걸으며

널 생각했다.



종종 걸음으로 앞서가며

눅눅해진 나를 위로하던 널

감당못할 의무를 짊어진 내 어깨에

가만히 머리를 기대던 널

텅 빈 지갑을 속절없이 바라보던 나의 이마에

꿀밤을 주고는 까르르 웃으며 도망가던 널



언젠가는 그런 널 찾을 수 있을거라는

 그 막연한 믿음이

그 시절 내가 살아가는 이유였다.



하지만 끝내 나는 너를 찾지 못했고

잊지않고 돌아오는 이 계절 속에서

넌 한 토막의 풍경이 되어

텅 빈 거리를 걷는 내 눈 앞에서

오늘도 아른거린다.



난 두렵다.

돈을 많이 벌고 큰 집을 가져도

네가 없는 내 삶은

결국 실패로 귀결되는 건 아닌지.

결국 난 늙어 죽을 때 까지

 그 봄의 거리를 서성이고 마는건 아닌지.



이 계절이 오면

가끔  삶의 공전 궤도를 이탈한다.

어쩌면 아직 그 길 끝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너를

마주칠 것만 같아서

봄바람에 나부끼는

체크무늬 주름치마를 애써 누르며

 내게 손을 흔들 것 같아서

그런 네가 간절하고 또 보고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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