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막 태어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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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막 태어났을 때

차영섭 0 120
내가 막 태어났을 때 / 차영섭
    (I)
    내가 막 태어났을 때
    이런 어둠이었을 게다 눈을 떠도 감아도
    잠을 자다가 생각이 떠올라서
    책상에 앉아 창 밖에 어둠을 바라본다

    나는 내가 어디서 왔는지 몰라
    나는 나를 모르다가 시나브로 꿈속을 헤매듯
    안개 속을 빠져나오듯 어렴풋이
    어둠이 걷히고 동이 트이는 것처럼
    나는 나도 몰래 나를 일깨웠을 거니까

    아마 나는 무엇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았을 거고
    알듯 말듯 의식이 밝아왔을 테고
    그래서 꽃잎이 피어나듯이 기쁨을 맛보았을 게다
    갓난아이가 잠자면서 배냇짓을 하는 게
    이런 현상 아닐는지,

  (II)
  내가 그것을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았고
  생각하는 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여러 번 반복해서 하나를 하게 되었다
  하게 되;면 웃고 아니 되면 울고 그랬지 않았나 해

  제자리에서 차차 손 다음에는 발이
  발 다음에는 몸이 점진적으로 움직임을 알았고
  몸뚱이를 굴러 여기서 저리로 기어다니다가
  앉았다가 일어서다가, 붙잡고 걷다가 손 놓고 걷다가
  뛰어다녔지 않았나?

  모험을 즐겼어, 움푹 페인 곳을, 비탈진 곳을,
  물이 고인 곳을, 그러면서도 위험이 무엇인지도
  스스로 깨달았을 게다
  이렇듯 새벽이 밝아오는 그런 모습으로
  나는 어둠에서 나를 일으킨 거야 신기하지 신기해

  이렇게 싹이 나고 줄기 되어 자라면서
  생전에 처음, 보았지 밤 하늘에 밝은 달을
  나뭇잎을 건드리는 바람과 그 소리를 들었지
  나는 생각했어 집에 와서도 달과 바람을,
  이렇게 우주는 나에게 열렸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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