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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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차영섭 0 203
하늘 / 차영섭

  내가 하늘이 있다고 느끼기 전에는
  하늘은 구름 떠다니고 비 내려주는
  허공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하늘을 느낀 후부터
  하늘은 나에게로 와서
  님이 계신 하늘이 되었다.

  눈을 뜨면 보이지 않고
  눈을 감으면 보이는 하늘은
  가장 멀리 계시는 것 같았지만,
 
  물 속에 잠긴 달처럼
  나에게 잠겨
  가장 가까이에 계신다고 느껴졌다.

  나는 하늘을 받들어 살고 싶다
  아버지의 뜻이 우리에게서 고요히
  들꽃처럼 피어나는
  어느 가을을 만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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