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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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지혜

차영섭 0 237
물의 지혜 / 차영섭


          살아있는 생물 같다
          때에 맞게 움직이는 걸 보니,

          봄에는 여린 싹이 나오니 상하지 않게
          보슬비가 느리고 가늘게 내려오고,
          여름에는 많은 물이 필요하니
          장마 홍수로 움직임이 활발하다

          가을에는 습기가 많으면 썩으니까
          비와 안개가 드물게 찾아오고,
          겨울에는 많은 물이 필요하지 않아
          얼어서 제자리에 머문다

          물은 자기를 기준으로 행동하는 게 아니라
          타자에 맞춰서 행동을 한다
          我相, 人相이 없이 물방울은
          다같이 모여 강물로 흐른다

        곧은 데서는 곧게 흐르고
        굽은 데서는 굽어 흐른다
        곧은 것은 굽은 것이 되고
        굽은 것은 곧 곧은 것이 된다는 것을 아나 보다

        세상에 발맞추며 산다
        남자의 모습도 여자의 모습도 아닌
        아기의 모습으로 알몸으로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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