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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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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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들꽃

차영섭 0 337
가을 들꽃 / 차 영섭
           

너의 이름을 부를 수 없어
난 시인이 아니야
어쩜, 넌 이름이 없어
더 아름다운지도 몰라
열매 같은 꽃
꽃 같은 열매.
모두 기력 잃고 쓰러져가는 마당에
가냘픈 몸매 어디서
저런 기운 솟아나는 걸까

아롱아롱 당당한 기상 아름다워라
벌 나비도 떠나가고
가끔씩 찾아드는 바람만이 친구일 뿐
아무도 없는 쓸쓸함,
그 쓸쓸함으로 가을 들녘을 살린다

밤 하늘은 별이 있어 잠들지 않고
푸른 바다는 갈매기 있어 살아있는 것처럼,
지난 밤 찬 공기에 더 맑아져 순결해진 꽃옷
꽃이라 피어서 행복해 하는
초췌한 얼굴들, 그리고 초혼.
마냥 그 자리에서
때 되면 피고 지는 작은 그리움들
이제 널 꽃이라 부를 수 있어
나도 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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