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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633번째 이야기
선잠이 들어서인지... 새벽 얕은 기척에 잠에서 깨어났다.
눈 뜬김에 찬 물을 좀 먹어야지 하는데...
어둔 거실 한 켠에 우두커니 아버지가 담배를 태우시고 있었다...
마냥 서서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나 역시 담배 피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외에는 무얼로 한대 얻어맞은 것처럼...멍했다...
언제 내 아버지가 이렇게 되셨지..
이제는 등을 곧게 편 아버지의 뒷모습을 기억해 내기가 힘이든다.
축쳐진 어깨와 늘기만 하는 담배..
당신 자신이 젊었을 때부터 끽연가이기는 했지만...
마치 악으로라도 피는양 그렇게 태우시더라...
이제는 '허'하고 웃으시면, 다 드러난 상하고 많이 빠져버린 치아들이...
힘들여 만든 웃음을 너무나 묵직하기만 한 중량감으로 내게 다가온다...
그 새벽에 나는 아버지와 소주를 마셨다.
그냥 어두운 거실에 앉아 쌀쌀한 새벽기운을 조금은 느끼면서...
그리고 우리 부자는 울었다.
나나 아버지는 서로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울었다...
당신 살아온 이야기를 하신다.
그 이상(理想)이 가득했던 청년시절을 이야기 하신다.
이제는 다 낡고 탁해버린 흑백 사진들을 들춰내시며 괜히 눈시울을 자꾸만 붉히신다.
난... 사진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주름 가득한 그 얼굴이 떨리며..
그 눈에 눈물 맺힌 찰라를 보며 자꾸 울먹인다...
"나도... 꿈이 있었단다...."....
그 젊은 시절 자신의 사진을 손으로 더듬으며... 반추하신다.
아버지 추억의 십팔번은 그 놈의 '싸움'이야기이다.
하셨던 이야기 또 하시고 흐뭇해 하신다...
그 싸움 이야기가 나는 가장 슬프다..
더 이상 아버지가 두렵거나 무섭지 않은 나이기에..
그래도, 아버지는 그게 아니신가 보더라.
내 유년시절 그 강한 인상을 아직도 나에게 보여주고 싶으신가 보더라.
그럴수록 나는 더욱 슬프지만....
내 이제 유일하게 아버지의 술벗이 되었지만,
그 깊은 속은 헤아리기 어렵다.
아버지를 측은하다고 여기면, 그것은 불효일지 모르지만...
이제는 그 지친 인상을 몇 분 동안이라도 똑바로 쳐다 볼 수가 없다.
그 야윈 어깨와 다리를 주무를때마다,
점점 쉬어가는 목소리를 들을때마다,
설잠에 가빠하시는 숨소리를 들을 때마다...
이유없이 살아온 그의 인생이 아닌가....
맹목적인 헌신과 가능성 없는 투자..
그리고 느즈막한 인생의 말미에서도
아무런 후회없이 자신이 걸어온 길을 끝까지 가시려는 ...
그의 젊은 시절의 꿈이 이런 바보같은 말년이었을까..
그의 젊은 시절의 이상과 그 푸르름은 누구에게 보상 받아야 하는 건지...
오늘 돌아오는 길에 성당에서 나오시는 아버지를 만났다.
왜 이리 어색한지... 용기를 내어 아버지께 말을 했다.
업어드리겠다고...차라리 사람없는 밤이라 다행이었다.
꺼려하시던 아버지도 마지못해 내게 업히셨다...
돌아오는 길이 너무나 미끄러웠지만... 내게 지금 아무 문제 없다...
그리고 처음으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줍어 말한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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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원 - 아버지
어느게시판의 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