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641번째 이야기
hanwori
0
1008
2002.07.22 17:04
지금도 시골에 홀로 계실 외할머리를 생각하면 가슴 한 구석이 아려옵니다. 몇년만일까요? 대략 기억에 2년 만인것 같습니다. 입구에서 부터 많이 변한 가로수를 지나 나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거리들.. 한길만이 존재하던 곳이 두 갈래로 갈라져 잠시 나를 머뭇거리에 한 그곳을 지나 여기가 외할머니 댁인가 하는 의문투성이로 차를 세웠습니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몇 가지들로 찾은 외할머니댁... 우리가 외할머니댁을 방문한 시각이 저녁9시를 갓 넘은 시간이라.. 대문앞에 서성거리니 주위에 있는 개들이 짖습니다. 문을 열어보았습니다. 허나 노끈으로 감겨져 있습니다. 가위로 끊으면 금방이라고 끊어질 듯한 끈으로 대문과 대문을 연결해 놓았습니다. 외할머니께서 나오십니다. 너무나도 오랫만에 보는 외할머니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마당도 그대로 입니다. 집안도 그대로 입니다. 그모습 그대로 입니다. 아직도 화장실은 푸세식입니다. 2년전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난 후 옷가지들만 태워 버리고 그 방의 자취, 물건들은 그대로 입니다. 외할머니께서 홀로 주무시는 그 방이 왜 이리 커보이는 지요... 손자 손녀가 왔는데 먹을게 없다며 한쪽 귀튕이에 있는 사탕봉지를 내미십니다. 부엌도 변한게 없습니다. 다만...식기들이 많이 없어졌다는 것 빼고는 그대로 입니다. 냉장고 문을 열어보았습니다... 열지 말걸 그랬습니다... 텅텅비고, 있는거라곤 김치밖에 없는데..쉰내가 납니다... 가만히..할머니를 보았습니다.. 이제 보니까 허리도 제대로 못 펴십니다. 재산은 다 아들이 가져가고 남은 땅마저 다시 아들이 가져가.. 이제는 밭일도 매는 일이 없다고 하십니다. 생계를 어떻게 꾸려 나가야 할지... 삶의 목적마저 잃어버린 듯한 얼굴로 서 계십니다. 가만히 외할머니의 손을 잡아 보았습니다. 나보다 훨씬더 작은 키에 온갖 주름과 뼈밖에 남지 않은 손... 조금만 힘이라도 주면 금방 부숴질까 겁이납니다.. 옆에서 엄마는 눈물을 흘리십니다. 차마 소리 낼수 없어 말없이 눈물만 흘리십니다 전 시골이 싫습니다. 더구나 이렇게 까만 어둠이 세상을 움켜쥐어 빛을 감춰버린 밤속의 시골은 더더욱 싫습니다. 그 어두운 곳에서 홀로 계실 할머니를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쓰려옵니다. 언젠가 한번은 만났어야 할 (산 모습이든 죽은 모습이든) 외할머니의 모습에 눈물을 뒤로 한채 돌아섰습니다. 할머니..할머니란 호칭이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건강하세요.. 그리고..그리고....죄송해요.. |
산울림 - 노모
흐믈이님이 남겨주신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