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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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치는 날

[공치는 날] 

대가리가 무슨 말일까? 요즘은 여러 업종에서도 대가리란 말을 쓰기에 아는 분은 알겠지만, 이 용어는 노동현장에서 쓰던 말이다. 일본말로 노가다 할 때 쓰는 말이다. 아마 옛날에 하루 일을 끝낸 후 임금을 계산할 때 사람 머릿수로 계산을 해서인지, 하루 일당을 한 대가리 두 대가리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세대는 젊은 날 가난하여 대부분 노가다를 많이 해 봤겠지만, 나도 상당한 노가다를 하여 미장과 벽돌, 목수 데모도(보조)와 아파트 잡부 일까지 참 많이도 하였다. 장기간 오야지(하도급사장)밑에서 일할 때도 있지만, 오야지 없이 혼자서 날일을 할 때면 부산진구 노동부 앞이나 서울에 있을 땐 신림시장 입구에서 번호표를 접수하고 기다렸는데, 당시엔 겨울이라도 변변한 대기소가 없었기에 사람들은 길거리에 드럼통을 놓고 나무를 태워 난로처럼 불을 쬐곤 하였다. 

당시 나는 젊고 꿈이 있었기에 노가다를 해도 당당했지만, 번호표나 이름을 불러줘야 따라가서 한 대가리를 하고 집에 고기라도 사 가실 어르신들은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추운 겨울 어르신들 눈치를 보며 난로 불을 쬐어도 바람은 왜 그리 세게 부는지, 굴러다니는 낙엽의 쇳소리는 또 왜 그리 을시년쓰러운지. 

그렇게 움츠린 채 기다려도 이름은 불러주지 않고 날은 밝아오는데, 사람들은 하나 둘씩 떠나가고 모닥불은 꺼져 가는데, 빈자리로 바람은 더 세차게 불어온다. 나는 당시엔 부양할 가족이 없어 그냥 만화방에 처박혀 만화나 실컷 보겠지만, 가족을 생각하며 힘없이 돌아섰을 분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려온다. 요즘 코로나로 다들 어렵지만, 80년대 우리나라를 일으켜 세우는데 일역을 담당했던 건설현장도 빨리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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