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기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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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9 06:23
모든 생명이 겨울을 나기가 힘들겠지만, 이 추운 겨울을 새들은 어떻게 견딜까? 새들에게 온돌집이 있을 리 만무하고, 따뜻한 파카도 없을 텐데 이 혹독한 계절은 어떻게 견뎌내고, 봄 되면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는 것일까? 저 깊은 산중에 폭설이 내리면, 나무 위에 얼기설기 지은 집들은 눈이 쌓여 전부 얼어버리거나 무너져 버리지 않을까?
내가 새들의 생태를 잘 모르는데다 대충 인터넷을 검색해 봐서는 알 수가 없어, 내 추측을 말하는 것이니 믿거나 말거나다. 깊은 산에는 까치, 까마귀, 뻐꾸기, 소쩍새 등 수백 종의 새 수백만 마리가 살고 있지만, 폭설이 내린다고 한꺼번에 날아올라 하늘을 덮지 않는 것을 보면, 대부분의 새들은 아마 눈피해를 입지 않는 곳에 집을 지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도 간혹 불행한 새들이 있어 폭설에 재난을 당하면 아마 으슥한 바위 밑 낙엽 쌓인 곳으로 피난하지 않을까 싶은데, 학교운동장에 급조된 천막 같은 휑한 임시둥지엔 예년보다 더한 북풍이 불어올 것이고, 바위틈을 뚫고 들어오는 칼바람이 사방팔방 휘몰아칠 것이니 밤은 더욱 더 길게만 느껴질 것이다.
그래도 신기한 것이 폭설에 새들의 개체수가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없고, 산새 일가족 사망이란 뉴스도 안 들려오는 것을 보면, 무방비 상태로 보이는 저 새들도 그 혹독한 계절을 다 견디며 살아남았다는 것일 것이다. 저들은 온돌도 없고 파카도 없고 침낭도 없이 서로 부둥켜안은 채 그 혹독한 계절을 견디어 낸 것이니,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난로는 서로의 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