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뽀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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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6 06:26
첫 키스의 환희를 기억나시나요? 아주 오랜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 아주 순진한 총각이 세상에 나가 첫사랑을 만나 어쩔 줄 모르다가, 벼르고 벼르다 깜깜한데 데리고 가서 뽀뽀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서면 지하 깜깜한 까페에 가서 얼마나 떨었을까? 사시나무 떨 듯 떨던 그는 목적을 제대로 완수했을까?
상상은 여러분께 맡긴다. 아마 옛 기억을 들춰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처음해보는 일은 누구나 다 떨리겠지만, 젊은 날 이성과의 첫 키스 만큼 가슴 떨리고 온몸에 전율이 이는 것이 또 있을까? 정말 난생 처음 뽀뽀를 한다면 어떤 목석인들 떨지 않을까!
자연 속에서도 겨우내 움츠려 있다 기지개를 켜려는 나무에 때늦은 폭설이 내려 나무를 하얗게 덮으면, 나무는 다시 겨울인 줄 알고 몸을 움츠리는데, 작고 어여쁜 새 한 마리가 날아와 가지에 앉아 움트다 만 옹이에 입을 맞추면 나무라고 온몸이 떨리지 않겠는가?
한겨울 추위 속에서 자신의 순정을 지키며 이제 막 노랗게 움을 틔운 매화가 찬바람 속에서 고고하게 꽃을 피웠는데, 작은 새 한마리가 여린 옹이에 입을 맞추니, 기습적인 첫 키스에 놀란 나무는 온몸을 부르르 떨고, 가지에 쌓여 있던 눈이 후두둑 떨어지고, 홍매화 꽃잎은 더 붉어져 절정을 맞는다. 첫 키스에 발갛게 상기된 그녀의 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