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말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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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7 06:17
세상이 각박하고 너무 힘들면 말도 메말라 격해지고 퉁명스러워진다. 물론 어떤 사람은 나는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으며 단련되었기에 웬만한 일엔 흔들리지 않는다 할지 모르나, 세상은 다함께 살아가는 것이기에 세상이 어려워지면 평균적으로 대부분 여유가 없어지고 타인의 실수나 고집에 너그러움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사계절의 하나인 겨울만 해도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기보다는 이불속에서 늦잠을 자거나 아랫목에서 텔레비전을 볼 때가 많아지고, 간혹 밖에 나와도 두툼한 잠바를 껴입은 채 찬바람을 피하느라, 누가 길을 물어도 평소보다 자세히 친절하게 가르쳐 지지가 않는다. 어떠한 어려움에도 흔들림이 없어야겠지만 사람인 이상 자신이 힘들면 말도 차가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지, 작년 연말과 연초에 불우이웃을 돕는 온정의 손길도 많이 줄었다는 것 같고, 함께 도란도란 정겨운 얘기를 나누던 모임도 줄어들고, 지하철에서 사구려 물건이라도 하나 사주는 사람도 줄어들고, 길바닥에서 간절하게 올려다보는 작은 바가지에 지폐 하나 넣어주는 사람들도 잘 안 보인다.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져도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오고, 봄기운이 사람들 마음을 데우면 훈훈해진 가슴이 말문을 연다. 요 며칠 수도권엔 눈도 오고 반짝 추웠지만, 입춘이 지나서 그런지 햇살이 지나는 길에는 벌써 봄날처럼 포근하다. 코로나로 예년보다 더욱 힘든 겨울을 보냈겠지만 이 또한 이겨냈기에, 봄이 완연해지면 한층 더 성장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달착지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