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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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꽃

[개나리꽃] 

세월의 속도가 나이와 비슷하다 했던가? 그리도 더디던 세월이 나이를 먹으니 너무 잘 간다. 시작이 반이라 했으니, 한 달이 지나면 반이 지난 것이나 마찬가진데, 달력의 날짜가 이미 3월 중순을 넘었으니 올해도 벌써 그 끝이 보인다. 

이룬 것 하나 없이 무심하게 세월은 가는데, 그냥 세월만 가면 좋으련만 당연히 내 것인 줄 알았던 것들을 하나하나 빼앗아간다. 그놈의 세월은 오래전 내게서 청춘을 빼앗아갔고, 이어 젊음을 빼앗아가더니, 이제는 건강을 달라하고 목숨까지 요구할 태세다. 

세월은, 날아다니던 내게서 날개를 빼앗더니, 이제는 시끄럽다며 뛰지 말라하고, 흉한 얼굴 보기 싫으니 허리도 좀 숙이고 다니란다. 이러다간 내 다 빼앗기고 땅속에 파묻힐 것 같아, 정신만은 또렷이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든다. 

정신을 차리고 구구단을 외워보니 다 외워지고, 과거를 회상해 봐도 아직 멀쩡하고, 글도 나름 논리적으로 잘 써지는 것 같다. 나이는 세는 게 귀찮아 일부러 안세는 것이고, 이제는 굳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싶지 않아, 숫자나 이름은 일부러 기억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올해 새로 핀 개나리꽃은 삼십 년 전과 마찬가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세월이 흐르니 개나리가 땅을 보며 줄기를 길게 늘이고 있지만, 꽃은 병아리처럼 여전히 노란색에다 오히려 더 진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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