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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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제안

[싱그러운 제안]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사상이나 사회통념상, 이성교제를 할 땐 남성이 주도하였고, 아직도 남성의 주도권이 유지되는 편인데, 30여 년 전에는 좀 심했다. 지금은 여성이 마음에 드는 남성에게 대시도 자주 하지만 그 시절엔 참 드물었다.

내가 막 대학교에 들어갔을 때, 나는 여자도 잘 몰랐고 순진하여 세상이 마냥 아름답게 보일 때였는데, 학교 정원을 돌아다니다 어떤 여학생을 만났고, 그녀랑 얘기를 하다 의기투합하여 며칠 후 함께 태종대에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기로 약속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함께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본다는 것은, 함께 태종대에서 밤을 보내고 함께 일어나 해를 본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의 우리는 참으로 순진하여 정말 아침에 태종대에서 만나 순수하게 아침 해를 보는 것이었다.

당시 우리 집은 금정구 서동이었고 태종대는 영도구 동삼동에 있었으니 끝과 끝이었다. 그래도 어여쁜 여학생을 만난다는 설렘에 새벽같이 일어나 89번 버스 첫차를 타고 태종대에 도착하니, 사월 태종대의 아침보다 더 싱그러운 그녀가 말끔한 모습으로 서 있다.

그녀와 함께 태종대 둘레길을 한 바퀴 돌면서 함께 떠오르는 해를 감상하고 돌아오는데, 왠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다시 학교로 돌아와 일상으로 돌아가 가끔 그녀를 만났지만, 학과도 다른 그녀와의 만남은 줄어들고 방학이 지나면서 그녀는 멀어져 갔다. 그래도 그 한 해 그녀로 인해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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