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의 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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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의 근심

[등대의 근심] 

내 장인어른은 우리가 찾아가면 항상 웃는 얼굴이었다. 얼굴 형태도 둥글둥글하신 것이, 큰 절에 가셔서 머리를 깎으시면 주지 스님을 하시고도 남을 호인상에, 풍채도 좋으셨다. 물론 장모님의 평가는 조금 다르지만. 

어느 해 장인어른 생신 때, 가족이 다 모여 식사를 하게 되었다. 장인어른은 원체 술을 좋아하셔서 술을 많이 드셨는데, 얼마 전 담낭에 염증이 생겨 고생하신 후 술을 좀 줄이셨지만, 그래도 술을 계속 드셨다. 

그날도 즐거운 날이었기에 술을 좀 드셨는데, 웃으시는 장인어른의 눈동자에서 살짝 근심이 비친다. 당시 다들 아픈 사람도 없고, 특별한 우환도 없이 다들 화목한 편이었는데, 아들 없이 네 명의 딸을 시집보낸 부모의, 어쩔 수 없는 마음이지 싶었다. 

딸을 시집보낸 부모의 마음이란 마치 등대와 같아서, 낮에야 좋은 경치에 관광객들과 어울려 사진이나 찍고 즐겨도, 밤이 되면 근심처럼 내려앉아 수심을 파고드는 서늘한 어둠에, 밤새도록 육중한 불빛을 비춘다. 이제는 등대의 꺼진 불빛과 함께 그 모든 근심 내려놓으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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