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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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07:10
가을 하늘은 그 자체가 세상에서 제일 큰 한 장의 도화지이며, 가을 들녘의 꽃과 억새는 모두 하나의 아름다운 물감이자 풍경이다. 가을에는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도 산과 들에 가면 멋진 그림들을 머리에 담아올 수가 있다.
하양 빨강 분홍색 코스모스가 심어진 가을 들길을 걸으면 그 옛날 님과 함께 걷던 아름다운 가을 길의 풍경화가 그려지고, 노란 해바라기가 심어진 가을 들녘은 그야말로 키다리 아저씨가 나오는 동화 속의 한 장면이다.
늦가을 들녘을 노랗게 하얗게 수놓은 들국화는 찬 서리에도 꿋꿋이 피어 순수한 사랑과 충절을 온몸으로 보여주니 그 자체로 한 폭의 동양화가 되고, 황금빛 억새가 바람에 춤을 추는 장면은 그야말로 우리 서민들의 자화상이다.
가을 들녘을 걸으며 무수히 많은 그림들을 머리에 담아 돌아오는 길. 뭔가 빠진 느낌에 뒤를 돌아보니 세상에서 제일 큰 파아란 캔버스에 누군가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겨울 어느 날 떠나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