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복의 '꽃들에게 배우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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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관한 시 모음> 정연복의 '꽃들에게 배우다' 외

정연복 0 11200
<꽃에 관한 시 모음>  정연복의 '꽃들에게 배우다' 외

+ 꽃들에게 배우다

덩치 큰 꽃이라 뽐내지 않고
작은 꽃이라 기죽지 않는다

인적이 많은 곳에 피든
외딴 구석에 피든
꽃들은 그 모양이 한결같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유명한 꽃이든
이름 없는 들꽃이든
꽃들은 그냥 자기답게 핀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묵묵히 제 생명의 길을 가는
꽃들은 모두 의젓하다

사람들도 한세월
그렇게 살다가 가면 
그만인 것을


+ 꽃들에게 배우다

그저 자기만의 색깔과 모양으로
무언(無言)으로 말한다

벌, 나비의 미세한
몸짓에도 파르르 떨며
무한의 교감(交感)을 한다

햇살과 달빛과 별빛
이슬과 서리

보슬비와 소낙비
천둥과 번개....

가냘픈 몸에
모두 품어 생명을 짓는다

한철을 살다 가면서도
깃털처럼 가볍게
미련 두지 않고 총총 떠난다

꽃들은
세상의 모든 꽃들은!


+ 꽃처럼

어쩌면 세상의 모든 꽃들은
저마다 그리도 고운 빛깔일 수 있을까

비우고 또 비운 꽃의 마음이기에
꽃들은 티없이 순수한 빛깔로 물들었을까.

노란 개나리는
빨간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이름 없는 들꽃이라고 하여
목련의 눈부신 화려함을 시샘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꽃들은
자신만의 빛깔로 세상을 향해 웃는다.

아!
사람들의 마음도 꽃의 그 마음을 닮을 수는 없을까

서로의 빛깔로 서로에게 다정히 인사하며
꽃처럼 욕심 없이 살아갈 수는 없을까.


+ 꽃들 앞에서

봄이 왔나 싶더니
어느새 온 사방이 꽃 천지다

꽃들 앞에서
나는 나에게 묻는다

너는 개나리처럼
명랑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너는 벚꽃처럼
말없이 작고 예쁜 것의 소중함을 아는가? 

너는 진달래처럼
불타는 연정(戀情) 하나 마음속에 품었는가?

너는 목련처럼
순수한 생명의 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는가?


+ 장미

나는 세상의 모든
장미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세월의 어느 모퉁이에서
한순간 눈에 쏙 들어왔지만

어느새 내 여린 살갗을
톡, 찌른 독한 가시

그 한 송이 장미를
나는 미워하면서도 사랑한다

나는 세상의 모든
여자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세상의 모든 별빛보다
더 많은 눈동자들 중에

남몰래 딱, 눈이 맞아
애증(愛憎)의 열차에 합승한

그 한 여자를 
나는 미워하면서도 사랑한다


+ 들국화 사랑

세상에는 클래식한 사랑도
더러 있을 테지만

정말 맛깔스런 사랑은
뽕짝 사랑일 것이다

봄날 목련 같이 품격 있는
사랑이 얼마나 있을까

늦가을 들국화처럼
소박한 사랑이 내게는 제격이다

이따금 네가 미워
사납게 눈을 흘기면서도

사랑의 진실 하나 꽃씨로
품은 그런 사랑이 나는 좋아라


+ 프리지어

봄빛 따스한 길을 따라 걷다
프리지어 한 다발을 샀다

봄의 전령인 듯 당당하면서도
새색시처럼 수줍은 모습의 프리지어

코끝에 번지는 진한 향기에
문득 떠오르는 당신의 모습

그리고 불현듯
스치는 욕심 하나

이 꽃이야 이렇게 한철
피고 지기에 아름답다지만

당신의 향기에 취하여
그리움에 안달이 나서

이리도 안타깝고도
행복한 이 가슴속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영원하기를!


+ 목련

목련이 지독한 생명의
몸살을 앓는 것을
며칠을 두고 몰래 지켜보았다

꽃샘추위 속 맨몸의 가지에
보일 듯 말 듯
작은 꽃눈 틔우더니

온몸으로 온 힘으로
서서히 치밀어 올라
이윽고 꽃망울로 맺히더니

송이송이 눈부시게 피어나는
저 여린 생명의
고독하고 치열한 몸짓

목련은
쉽게 피는 것이 아니었구나
그래서 목련은
저리도 당당하게 아름답구나


+ 코스모스

코스모스처럼
명랑하게

코스모스처럼
단순하게

코스모스처럼
다정다감하게

코스모스처럼
단아(端雅)하게

코스모스처럼
가볍게

세월의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코스모스처럼
꺾일 듯 꺾이지 않으며!


+ 꽃잎

햇살 밝은 낮이나
달빛 어스름한 밤에도

꽃잎은
늘 웃는 모습이다

찬이슬 내리고
비바람 몰아쳐도

꽃잎은 쉽사리
웃음 거두지 않는다

여린 속살을 파고드는
사람들의 모진 손길에도

다소곳이
환한 미소를 지을 뿐

꽃잎은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는다


+ 꽃잎

꽃잎은 겨우
한 계절을 살면서도

세상에 죄 지은 일
하나 없는 양

언제 보아도
해맑게 웃는 얼굴이다

잠시 살다가
총총 사라지는

가난한 목숨의
저리도 환한 미소

마음 하나
텅 비워 살면

나의 생에도
꽃잎의 미소가 피려나


+ 꽃잎

꽃잎처럼
스러질 목숨이라면

꽃잎처럼
살기로 하자

이 세상 무수히 많은
꽃잎들 중의

이름 없는 하나로
살기로 하자

나는 나의 꽃으로
너는 너의 꽃으로

세상의 어느 모퉁이
한 점 빛이 되기로 하자

이 짧은 목숨 마감하는
그 날까지

꽃잎처럼 순하게
살기로 하자


+ 꽃잎

누가 꽃잎을
가볍다 말하는가

실바람에도 솜털처럼 날리는
꽃잎이지만

꽃잎의 보이지 않는 마음은
참 묵직하다

묵묵히 제 철을 기다렸다가
한철 한바탕 피었다가도

때가 되면
아무런 미련 두지 않고

오!
저렇게 사뿐히 떠날 줄 아는

저 꽃잎들의
의연한 모습을 보라


+ 꽃잎

꽃잎만큼만
살고 싶어라

솜털처럼 가벼운
나비의 애무에도

견디지 못해
온몸 뒤척이다가도

세찬 소낙비의
앙칼진 강탈에는

그 여린 몸뚱이로
꿋꿋이 버티어 내는

저 꽃잎처럼만
살고 싶어라

가볍게,
하지만 가끔은 무겁게!


+ 꽃잎

문득 아내가
참 예뻐 보일 때가 있다

친구랑 술잔을 기울이다
늦은 귀가의 밤

남편이 돌아온 줄도 모르고
이불도 내동댕이치고
이따금 코도 골며

세상 모르고 자는
아내의 모습을 바라보며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내가 이렇게
고단한 삶을 사는 것은
나 때문인 것을

한때는 꽃잎처럼 곱던
얼굴에 잔주름이 피었어도 

예나 지금이나
내 눈에 아내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이다


+ 들꽃의 노래

유명한 이름은
갖지 못하여도 좋으리

세상의 한 작은 모퉁이
이름 없는 꽃이 되어

지나가는 사람들이
몰라봐도 서운치 않으리

해맑은 영혼을 가진
오직 한 사람의

순수한 눈빛 하나만
와 닿으면 행복하리

경탄을 자아낼 만한
화려한 꽃은 아니더라도

나만의 소박한 꽃과 향기로
살며시 피고 지면 그뿐

장미나 목련의 우아한 자태는
나의 몫이 아닌 것을

무명(無名)한
나의 꽃, 나의 존재를

아름다운
숙명으로 여기며 살아가리 

* 정연복(鄭然福) : 1957년 서울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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