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슬로우의 '세월의 강물'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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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에 관한 시 모음> 장 슬로우의 '세월의 강물' 외

정연복 0 7087
<강에 관한 시 모음>  장 슬로우의 '세월의 강물' 외

+ 세월의 강물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마라

다친 달팽이를 보거든 도우려 들지 말아라.
그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것이다.
당신의 도움으로 그를 화나게 하거나
상심하게 만들 것이다.

하늘의 여러 시렁 가운데서
제자리를 떠난 별을 보게 되거든
별에게 충고하고 싶더라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라.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장 슬로우)


+ 강물

강물은
누구와도 다투지 않는다.
누가 길을 막으면
돌아서 가고

그러면서도
앞서지 않고
차례로 간다.

강물은 강물끼리
서로 손잡고 간다.
(노원호·아동문학가)


+ 강물처럼

왜 강물인 줄 아니?
흐르기 때문이래

고여 있고만 싶다면
강물이 될 수 없는 거래

흐르고 흘러서
내게도 오고
네게도 가고
바다까지 가는 거래

거기엔 고래가 산다잖아
강에선 볼 수 없는
글쎄, 집채만 하대

너도 흘러 본 적 있니?

음…  음…
함께 웃고
도와 주고
나눠 주고
이런 게 흐르는 거라면
(현경미·아동문학가)


+ 강물이 흐르며

먼저 가려고 다투지도 않고
처져 온다고 화도 안 낸다.
앞서 간다고 뽐내지도 않고
뒤에 간다고 애탈 것도 없다.
탈없이 먼길을 가자면
서둘면 안 되는 걸 안다.

낯선 물이 끼여들면
싫다 않고 받아 준다.
패랭이꽃도 만나고
밤꽃 향기도 만난다.
새들의 노래가 꾀어도
한눈 팔지 않고 간다. 
(최춘해·아동문학가)


+ 강물은

바다로 나가기 싫어서
일부러 구불구불 산을 돌아서 들을 돌아서
천천히 천천히 흐른다.

댐을 만나면
다이빙도 해보고
나룻배를 만나면
찰싹찰싹 나룻배 꽁무니도 밀어 주고

강물은
학교 가기 싫은
내 동생하고 똑같다.
(전영관·아동문학가)


+ 강

강은 언제나
앞과 뒤
그리고
옆을 둘러보며
천천히
흘러간다.

천천히 가다가
산이 좋고
물이 좋은
곳을 만나면
집과 집이
서로 정답게 껴안은
마을을
옹기종기
매달아 놓고

들이 시원하고
바람이 시원한
곳을 만나면
곡식과 채소가
다투어 자라는
논밭을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만들어 놓고

심심한 아이들이
뒹굴고 놀
넓은 모래밭을
펼쳐 놓고
염소와 송아지가
풀을 뜯고 쉴
풀밭도
펼쳐 놓고

강은
어두운 밤이 되더라도
달이나 별이 찾아와
목욕할 수 있도록
언제나
다니는 그 길로
꼬박꼬박
그리고 천천히
흘러간다.
(오규원·시인. 1941-2007)


+ 강은 가르지 않고, 막지 않는다

강은 가르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을 가르지 않고
마을과 마을을 가르지 않는다.
제 몸 위에 작은 나무토막이며
쪽배를 띄워 서로 뒤섞이게 하고,
도움을 주고 시련을 주면서
다른 마음 다른 말을 가지고도
어울려 사는 법을 가르친다.
건너 마을을 남의 나라
남의 땅이라고 생각하게
버려 두지 않는다.
한 물을 마시고 한 물 속에 뒹굴며
이웃으로 살게 한다.

강은 막지 않는다.
건너서 이웃 땅으로 가는 사람
오는 사람을 막지 않는다.
짐짓 몸을 낮추어 쉽게 건너게도 하고,
몸 위로 높이 철길이며 다리를 놓아,
꿈 많은 사람의 앞길을 기려도 준다.
그래서 제가 사는 땅이 좁다는 사람은
기차를 타고 멀리 가서 꿈을 이루고,
척박한 땅 밖에 가지지 못한 사람은
강 건너에 농막을 짓고 오가며
농사를 짓다가, 아예
농막을 초가로 바꾸고
다시 기와집으로 바꾸어,
새 터전으로 눌러 앉기도 한다.

강은 뿌리치지 않는다.
전쟁과 분단으로
오랫동안 흩어져 있던 제 고장 사람들이
뒤늦게 찾아와 바라보는
아픔과 회한의 눈물 젖은 눈길을
거부하지 않는다.
제 조상들이 쌓은 성이며 저자를
폐허로 버려 둔 채
탕아처럼 떠돌다 돌아온
메마른 그 손길을 따듯이 잡아 준다.
조상들이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하여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수없이 건너가고 건너온
이 강을 잊지 말란다.

강은 열어 준다, 대륙으로
세계로 가는 길을,
분단과 전쟁이 만든 상처를
제 몸으로 말끔히 씻어 내면서.
강은 보여준다,
평화롭게 사는 것의 아름다움을,
어두웠던 지난날들을
제 몸 속에 깊이 묻으면서.

강은 가르지 않고, 막지 않는다.
(신경림·시인, 1936-)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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