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매화를 만나니,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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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시 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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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매화를 만나니, 문득

지수기 0 694
홍매화를 만나니, 문득


이맘쯤, 통도사 홍매화가 몸살을 앓는다. 아직 터지지 않은 어린 꽃망울이 부라린 카메라가 무서워 난설헌의 치마폭을 사뿐히 내려앉았다. 카메라 속에서 흐르는 매화의 붉은 눈물.

몸을 숙여라 아니,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라. 방긋 웃어라. 좀 더 수심에 젖어라. 끝없이 눌러대는 익숙한 손놀림

모두가 떠나가고 어둠과 독대한 난설헌은 비단 이부자리 털고 일어나 긴 밤을 누각에 기대고 빈산 밝히는 달빛 아래서 그리움을 보낸다. 고운 자태로 피고 진 그 자리마다 고달픈 세월도 따라 떠났다.

조선도 여자도 아내도 아닌, 통도사 관음전 앞에서 오늘 홍매화로 핀 난설헌. 살면서 못다 받은 붉은 사랑을 해마다 이맘때면 넘치게 받는다. 빼어난 그 자태 보고 싶어서 밤잠을 설친 붉은 눈들이, 서글펐던 삶, 한번은 곱게 다시 살다 가라고 붉은 치맛자락 자꾸만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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