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렵-zone

홈 > 시 사랑 > 없는 시 올리기
없는 시 올리기

사이트에 등재되지 않은 좋은 시를 만나시면 이곳에 올려서 많은 분들이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수렵-zone

지수기 0 613
김지숙



열쇠를 잃어버린 날은 세상이 하얗다
노트북PC, 텅 빈 머릿속까지 열어 본다
통나무 속 파듯 뇌세포를 몽땅 꺼낸다.

동굴 속에 남은 알곡들이
실타래처럼 하얗게 뒤엉기고
추위가 풀린다
고사리 번성한 돌 틈 사이로
음울한 습기가 실마리를 잣는다 

원시의 강을 지나
움집 마지막 자락에
깊숙이 손을 넣어 뭉클뭉클
그들이 사는 세상 끝을 만진다

<어디에 두었니>
젊은 원시인이 돌칼로 위협한다
<모를 일이다>
슬며시 상형문자 새긴 돌열쇠를 건넨다

원시의 숲에서
조개 목걸이를 걸고 사냥하던
한 여자가 나의 무스탕 벗으라고 손짓한다.

수렵-Zone 벽화 속에서
열쇠를 찾은 날은
날 음식을 잘못 먹어 늘 배탈이 난다.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