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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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시 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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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사발

지수기 0 616
막사발

회현장날 국밥집.
고운 구석이라고 없는 투박한 막사발에 담긴 국밥 한 그릇
가볍고 따뜻하다.

다 늦은 점심상에 놓인 술사발
깊은 주름 내려앉은 안주인 얼굴은
신할아비 구박에 죽은 할미탈 같다
앞니 빠진 입가에 도드라진 부끄러움도 잠시
험난한 인생길,
어깨 너머 배운 회심곡 한 소절 부른다

검버섯 핀 꾸밈없는 얼굴
슬픔은 
손가락 마디마디 매화 옹이처럼 맺혔고
누런 얼굴에 흐르는 이슬은 꽃으로 엉킨다.


파장거리
막사발은 문득 저 태어난 가마터가 그립다.
도공이 처음 불러준, 고운 이름 ‘상사기’ 잃어버리고
밥사발, 차사발, 술사발, 약사발, 메사발로 불린 날들이 아련하다.

저도 한 때, 어느 고승의 공양 발우로 수양하던 몸.
도공이 저를 빚으며 약속했던 오랜 사랑의 온기 거둔다.

맑은 서리 내리는 밤이면 주막집 그림자 허공에 뜨고
홀로 남은
막사발 저 태어난 가마터로 흘러드는 넉넉한 꿈길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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