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한덩이 고스란히 내어주고
지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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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5
2014.07.18 17:52
호박 한덩이 고스란히 내어주고
흰띠풀 잎맥처럼 가는 길 따라
거친 산길 헤치고
한참을 더 걸어가면 오래 묵은 친구가 사는 초곡리다.
먼 길 찾아 온 마음이 고마워
무엇이건 다 내어 주고 싶다며 선뜻 건네는
우정 한 덩이.
그 정이 따뜻해 덥석 받고는
애지중지 햇살 좋은 툇마루에 두고 보았다.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을 바라보다
문득 누렁이의 아랫도리가 심상찮다
지짐이 부칠 요량으로 속을 가르니
그 속의 씨들은
벌써 움을 틔웠고, 한편으로는 굼벵이가 바글거린다.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호박 한덩이 굼벵이에게 소로시 내어 주었다.
저들도 새끼 키우고자 한 일인데 싶어
호박 한 덩이 그들에게 모두 양보하고,
가른 배를 다시 덮어 묵정밭에 고스란히 풀어놓았다.
*소로시: 모두(경상도 방언)
흰띠풀 잎맥처럼 가는 길 따라
거친 산길 헤치고
한참을 더 걸어가면 오래 묵은 친구가 사는 초곡리다.
먼 길 찾아 온 마음이 고마워
무엇이건 다 내어 주고 싶다며 선뜻 건네는
우정 한 덩이.
그 정이 따뜻해 덥석 받고는
애지중지 햇살 좋은 툇마루에 두고 보았다.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을 바라보다
문득 누렁이의 아랫도리가 심상찮다
지짐이 부칠 요량으로 속을 가르니
그 속의 씨들은
벌써 움을 틔웠고, 한편으로는 굼벵이가 바글거린다.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호박 한덩이 굼벵이에게 소로시 내어 주었다.
저들도 새끼 키우고자 한 일인데 싶어
호박 한 덩이 그들에게 모두 양보하고,
가른 배를 다시 덮어 묵정밭에 고스란히 풀어놓았다.
*소로시: 모두(경상도 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