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게 냉장고네 / 김호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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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을 게 냉장고네 / 김호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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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믿을 게 냉장고네 / 김호삼

 

 


효자손으로도 어찌 못하는

답답한 속 시원하게 풀어주던 고추

냉장고에 두고 안심했는데

죄다 썩어버렸네

가을 햇살에 비릿한 생각 말리려

고추잠자리 되어 날아가고 싶었을까

새파란 것이 붉어지더니

저 홀로 어찌하지 못하고 가버렸네

천하에 못 믿을 게 냉장고네

 


어쩌다가 내 고추 떨어졌으니

어여쁜 단골손님 오면 어찌하나

그 손님 답답한 속 무엇으로 풀어줄까

매운 눈물만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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