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이 어지럽다 / 김호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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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이 어지럽다 / 김호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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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이 어지럽다 / 김호삼

 

 


자기 말만 앞세우는 빈 깡통이며

자신의 잠버릇에 스스로 놀라는 베개며

세상이 자기를 버렸다 눈물짓는 술잔이며

러닝셔츠 위에 가랑이 벌리고 올라탄

원색의 팬티며

실바람에 온몸 흔들어대는 헤픈 화장지며

반항아처럼 여기저기 낙서하는 필기도구며

엉덩이 가벼운 십 대처럼 가슴 부푼

과자봉지며

밀레의 이삭줍기 종소리처럼

제법 생각에 빠진 술병까지

그 위에 널브러진 내 안의 이부자리

 


자기들만의 정돈 방식이라는 듯

청소하고 돌아서면 도로아미타불 난장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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