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을 조문(弔問)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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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을 조문(弔問)하다

허명/허광빈 0 748
사월을 조문(弔問)하다
(세월호 침몰 희생자 애도<哀悼>에 부쳐)

 
                                    허명/허광빈


                                       
분신(分身) 같은 꽃비가 사월의 미사포를 쓰고
입과 귀가 드러누운 세상의 오후를 조문(弔問)한다
 
조락(凋落)에 겨운 눈물이 오래 흘렀다
 
울안의 한 그루 귀한 목련 바람결
찢겨져 거친 호흡 소복으로 고쳐 입은
가녀린 꿈의 밑동에서 저문 울음 끌어안고 있다
 
검푸른 물결 생떼의 칭얼거림도 해풍은 멘붕이 뿌연
황사의 바랜 눈으로 치성致誠을 찍어갈 때
망막에 맺힌 희망은 허리를 펼 수 없었다
 
화폭에 담긴 봄날 같은 얼굴만이 차마
헤어짐과 만남의 흉터 위로 싹이 터
푸른 주검 여백으로 피어 있다
영혼은 피안을 향하는 것일까
 
진도에서 세종로에서 안산을 잇는 원성의 물결
희미한 의식을 부여잡고 잠언箴言 같은 말들만 풍성한데
국해의원國害議員 정쟁소리 의사당 담벼락에 빳빳이 붙어
불신의 퇴적층 쌓인 위로 욕창꽃을 피울 때
다만, 그곳에는 무관심의 빗장을 지르고
그들의 뒤통수를 따라 양손 가득 슬픔을 쥔
청량한 절규가 주검의 편린으로
뒷걸음치는 그림자를 따라
헌법 1조의 갈피를 표표히 풀어헤친 짧은 봄날은
모진 풍랑이 검푸른 심해로 한숨을 몰아쉬며
외면을 빠져나가듯 느낌표를 찍어갈 때
 
잔인한 사월은 온통 원한怨恨 같은
가슴에 빼곡히 적힌 반성문을 퇴고하며
눈물 꽃이 피고 있었다.
 
 
 
 
* 국해의원國害議員 : 잘 못된 국회의원이나 정치인들을 비유로
                                이르는 말
* 멘붕 : 멘탈(Mental) 붕괴를 줄인말로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은
            상황을 뜻하는 신조어.
# 헌법 1조의 :제 1조
                  제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
                  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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