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아주 오랜 나무
하늘불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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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8 00:55
그런 아주 오랜 나무
최명길
산악 깊은 골을 헤매다 보면
아주 크고 오랜 나무를 만날 수 있다.
몸뚱이 반은 썩어 흙이 되었거나
속이 휑뎅그렁해 이미 공 소리가 나고
더러 이웃 나뭇가지가 뻗어 나와
살가죽을 꿰고 들어가도
오히려 더 들어올 게 없나 살펴보는
말하자면 그런 아주 오랜 나무. . .
무루의 경지에 이르러서일까?
그런 나무를 붙들고 서 있으면
내 휘청거리는 다리에 힘이 붙는다.
짐승처럼 거칠던 숨소리가 골라지고
뛰던 가슴이 조용해진다. 그런 나무,
죽어가면서도 드맑은 그런 아주 오랜 나무는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산에 향이 돈다.
최명길
산악 깊은 골을 헤매다 보면
아주 크고 오랜 나무를 만날 수 있다.
몸뚱이 반은 썩어 흙이 되었거나
속이 휑뎅그렁해 이미 공 소리가 나고
더러 이웃 나뭇가지가 뻗어 나와
살가죽을 꿰고 들어가도
오히려 더 들어올 게 없나 살펴보는
말하자면 그런 아주 오랜 나무. . .
무루의 경지에 이르러서일까?
그런 나무를 붙들고 서 있으면
내 휘청거리는 다리에 힘이 붙는다.
짐승처럼 거칠던 숨소리가 골라지고
뛰던 가슴이 조용해진다. 그런 나무,
죽어가면서도 드맑은 그런 아주 오랜 나무는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산에 향이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