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아주 오랜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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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아주 오랜 나무

하늘불탱 0 1033
그런 아주 오랜 나무

최명길

산악 깊은 골을 헤매다 보면

아주 크고 오랜 나무를 만날 수 있다.

몸뚱이 반은 썩어 흙이 되었거나

속이 휑뎅그렁해 이미 공 소리가 나고

더러 이웃 나뭇가지가 뻗어 나와

살가죽을 꿰고 들어가도

오히려 더 들어올 게 없나 살펴보는

말하자면 그런 아주 오랜 나무. . .

무루의 경지에 이르러서일까?

그런 나무를 붙들고 서 있으면

내 휘청거리는 다리에 힘이 붙는다.

짐승처럼  거칠던 숨소리가 골라지고

뛰던 가슴이 조용해진다. 그런 나무,

죽어가면서도 드맑은 그런 아주 오랜 나무는

한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산에 향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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