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월사,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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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월사, 동백

김찬일 0 1006
제목 : 용월사, 동백

백설 공주처럼 예쁜 은실이가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나의 열일곱 살 영혼이 눈을 떴다.
유난히 추웠든 겨울, 은실이는
조랑말 타고 온 새 신랑 따라
무지 아름다운 남해섬으로
시집을 가고, 나의 열일곱 살 영혼도
꽃가마 따라 재 넘어 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수년 후, 은실이는 추울수록 선혈을 토하며
활짝 피는 남해섬 동백꽃이 되었다는
소문이 담  너머로 들려왔다.

나는 마을 뒷산에 동백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이십 년이 지나자 뒷산은
동백 숲으로 덮이고
은실이는 해마다 내속에서 피는
처음의 동백꽃이었다.
겨울이면 은하처럼 찰랑거리는 동백숲에서
내 몸을 감아오는 은실이의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은
오공의 머리를 조이는 삼장의 주문되었다.   
더 이상 동백 숲에 갇혀서는 안된다.

남해섬이 고흐의 그림처럼 걸려있는, 용월사
뿔이 돋은 머리를 박박 깎았다.
용월사를 감싸고 있는 동백 숲 그물에서
비로소 벗어나게 되고, 내 자신이 내 생을
조절 할 수 있는 기쁨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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