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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기 싫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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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수나     날짜 : 15-07-04 17:39     조회 : 920    
    · : 출근하기 싫은 날
    · 저자(시인) : 황현중
    · 시집명 : 조용히 웃는다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15
    · 출판사명 : 그림과책
출근하기 싫은 날/ 황현중

어제 마신 술 탓도 있으리라
오늘은 정말 출근하기 싫다
나를 한 짐 부려 놓고
흐르는 땀이나 닦으며
흐르는 구름이나 바라보며
헐렁하게 살고 싶다

사랑이고 뭐고 이별이고 뭐고
연민이나 애증이나
슬픔이나 기쁨이나
값싼 모든 감정들은
저울 위에서 내려놓고
깃털처럼 가볍고 싶다

빈 주머니인 채로,  빈 가슴인 채로
비가 오는 자리에서 젖고 싶다
바람 부는 자리에서 흔들리고 싶다
밤이 오는 자리에서
별로 뜨고 별로 지고
달로 뜨고 달로 지고
해가 뜨는 자리에서
산발한 머리로 안개를 줄넘기하며
이 아침을 헝클어지고 싶다

욕심이 없어도
하루가 배고프지 않고
꿈이 없이도
내일의 푸르른 창공을 날고 싶다
새싹으로 태어나
숲으로 우거지고
그늘이 되고 산소가 되고
하늘을 안고 맑고 푸른 기도가 되고 싶다

정말이지, 오늘은 출근하기 싫다
나를 한 짐 부려 놓고
흐르는 땀이나 닦으며
흐르는 구름이나 바라보며
세상의 모든 발자국 소리에서 멀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