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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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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수나     날짜 : 15-07-04 22:51     조회 : 1163    
    · : 유랑의 노래
    · 저자(시인) : 황현중
    · 시집명 : 조용히 웃는다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15
    · 출판사명 : 그림과책
유랑의 노래/ 황현중

쌀쌀한 날
쓸쓸한 뒷모습으로
익숙한 사람들과 무거운 악수를 나누자

낙엽처럼 아픈 속살을
찬바람에 드러낸 채
서러움을 묵힌 도시락 하나 둘러메고
이제는 떠나야 할 때

슬픔을 가누지 못하고 돌아서는 아낙네의 옷깃에
땅거미가 내리고 마는
야멸찬 시간의 문턱에서
늘 막차를 타야 하는 사람들의 무거운 발걸음을 향해
시린 손을 흔들자

불 꺼진 연탄난로에서
마지막 한 잔을 들이켜고
질긴 고기 한 점을 씹으며
이제는 돌아서야 할 시간

술 취한 시장골목을 지나
세 평 여인숙의 낮은 문지방을 넘는다
먼지 낀 창틀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가 죄도 없이 도망치고
텅 빈 골목의 가로등이
가벼운 현기증을 앓는다

혹시 밤새 올지도 모르는 한 가닥 기대마저
바람 부는 옥상의 빨랫줄에서 얼어붙는 밤
서늘한 밤을 덮고 이제 잠들자

유랑의 첫 아침에
첫눈이 내리는 꿈을 밟으며
선짓국 붉은 맛에
침이 고이는 밤이 떠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