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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공장이 불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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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dasarang     날짜 : 16-09-25 10:27     조회 : 673    
    · : 달력공장이 불타고
    · 저자(시인) : 최한나
    · 시집명 :
    · 출판연도(발표연도) : 2014년
    · 출판사명 :
달력공장이 불타고
최 한 나



어딘가에서 달력공장이 불탔다는 뉴스를 들었다
순식간에 월세 납부일이 불타버리고 온갖 기념일들이 사라졌다
달은 순식간에 쪼그라들거나
밤하늘 저 편으로 펑하고 터져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설렘이 잔불처럼 모락모락 했다


 해안의 물때들이 소조기와 대조기 사이에 갇혀 버리고 예비신부와 신랑들은 결혼
식 날짜를 찾아 허둥대고 생일 없는 아이들이 속출하고 귀신들은 죽은 날짜를 찾아
헤맬 것이다 귀신같이 알아차린다는 말에 조금의 희망을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
감자를 캘 시기를 놓치거나 깨 모종 옮겨 심는 시기를 놓쳐버린 빈 밭들은 그야말
로 텅텅 비어 날아다닐지도 모른다 기상청의 등고선들이 주저 앉아버리면 해와 달
만 더욱 싱싱하게 웃겠지


 목련꽃 멍울이 지기 시작하면 첫아이 생일상을 차리고 아카시아 향기가 짙어지면
친정집 모내기가 한창이겠지 장맛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삼계탕을 끓여 먹고 들판이
노릇노릇 익어 가면 달이 가장 살찐 날에 통통한 토란국과 송편을 먹어야지 두 번째
눈이 내릴 즈음 동지팥죽을 먹고 그러면 월급날은, 월급날은 나침반수첩에 동그라
미로 깜박거리겠지


달력공장이 불 타버린 날
소방대원들은 물 젖은 날짜들은 챙겨 갔을까
지구는 기우뚱거리는 운행을 바로잡을 것이고
타다만 날짜들이 콜록거리겠지
화들짝, 벽에 매달린 뻐꾸기가 출근시간을 알린다
달콤한 지름길을 찾아 빨갛게 입술에 그린다
입술에서 불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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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나 시인
2014년 월간 <시와표현> 등단
시집 /  밥이 그립다